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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만 앞세우면 느닷없이 허물어진다
손정임 기자 | 승인 2024.08.19 13:57

중국의 춘추시대에 편작이라는 특출난 명의(名醫)가 있었다. 그는 사람의 얼굴만 보고도 병세를 알아 볼 정도로 의술에 능했다. 사기열전을 보면 편작이 괵나라 죽은 태자를 살렸다는 기록이 있다. 그만큼 편작의 의술이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탁월했다. 하지만 편작은 ‘죽은 사람을 살려낸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살 수 있는 사람을 일어날 수 있도록 한 것뿐이다’고 몸을 낮췄다.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그는 ‘장상군’이라는 인물에게서 의술을 배웠고. 지역의 형편에 맞는 의술을 펼쳤다. 한단이라는 지역에서는 부인과 의사가 되었고, 낙양에서는 노인병 전문의사로 활동했다. 함양에서는 소아과 의사가 되기도 했다. 

명의라고 소문난 편작도 여섯 가지 불치병이 있다고 했다. 첫째는 교만하고 방자하여 병의 원리를 무시하는 것이고, 둘째는 재물이 아까워 병을 치료하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입고 먹는 것을 적절하게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넷째는 음과 양이 함께 있어 오장의 기가 불안정한 것이고, 다섯째는 몸이 극도로 허약하여 약을 먹을 수 없는 상태이고, 여섯째는 무당의 말만 믿고 의사를 믿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 여섯 가지 중에서 한 가지만 있어도 병을 치료하기 어렵다고 했다. 요약하면, 시건방진 환자의 병은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사람의 마음이 병의 경중보다 앞선다는 말이다. 

편작이 제나라에 들렀을 때 환후라는 왕을 만났다. 편작이 환후를 보자 피부에 이상이 있는 것을 보았다. 치료를 권했으나 환후는 질병이 없다면서 편작의 말을 듣지 않았다. 닷새 뒤에 편작이 환후의 혈액에 병이 있음을 고했으나 그 말도 듣지 않았다. 또 닷새 뒤에 환후의 장과 위 사이에 병이 있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듣지 않았다. 

얼마 후에 환후의 몸에 실제로 병이 났다. 환후는 편작을 찾았으나 편작은 이미 자리를 피해 다른 곳으로 몸을 옮긴 뒤였다. 환후는 나름대로 손을 써보았겠지만 결국은 죽고 말았다. 여러 번의 경고와 치료의 기회를 걷어차 버리자 죽음이 환후를 덮어버린 것이다. 

편작의 이야기는 오늘의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많다. 주변을 살펴보면, 말로 병을 키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자기 몸은 자기가 잘 안다고 부질없는 고집을 피운다. 허접한 지식에 의지하다가 몸을 망치는 사람들이다. 뒤늦게 땅을 쳐보지만 헛일이다. 병의 징후가 나타나면 속히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차일피일 미루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잘못된 일이라고 주변에서 권고하면 바로잡는 게 옳다. 고집을 앞세우면 망조만 깊어지고 느닷없이 허물어지고 만다. 당장에 별 일 없다고 시시덕거리다가는 벼락을 맞는다. 몸도 그렇고 권세도 그렇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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