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선을 다했는가...?

나에게 이 물음을 던지는 이유가 있다. 예전의 나를 생각해 보니 민망한 구석이 있어서다. 현직에 있을 때 무던히도 ‘최선’을 강조했다. 작은 일이라도 입술이 부르틀 정도로 열정을 다하는 게 바른 태도라고 누누이 말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윽박지르지는 않았다. 윽박지른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맡은 일의 중요함과 수행과정에서 마음가짐을 단단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그렇게 말했다.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그래선지 함께 일했던 직원들은 매사에 최선을 다해서 고마웠다. 그런데 직원들에게는 말끝마다 최선을 강조했으면서 정작 나는 최선을 다했는지 돌아보게 된 일이 있었다. TV프로그램에 나온 출연자가 자신의 삶을 지탱해 온 핵심가치를 말하면서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를 수시로 자문했다고 했다. 자신에게 먼저 그리고 자주 물었다고 했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사람이 항상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를 물었다는 말은 깊은 감명을 남겼다. 물론 그가 개인적인 기량을 겨루는 운동선수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당연한 자세라고 볼 수도 있다. 굳이 경쟁상대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를 살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기량을 높이기 위한 일에만 매진하기 위해 자신에게 엄격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게도 자신을 돕는 스텝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게임이 풀리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나 환경을 탓했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는 한 번도 다른 사람이나 환경에 화살을 돌린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운동기구에게 화풀이를 하지도 않았고 경쟁상대를 원망한 적도 없다고 했다. 오히려 그들로부터 배웠다고 했다.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더 많은 훈련과 노력의 계기로 삼았다고 했다.

다시 현직에 있을 때를 생각해 본다. 직원들에게 강조한 최선을 나에게도 강조한 적이 그리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직원들에게는 최선을 강조하고 나는 최선의 자리에서 한참 비켜나 있었던 것 같다. 할 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내가 맡았던 일에 큰 게으름을 피운 적은 없기 때문이다. 아니 게으름을 피울 시간이 없었다. 시간을 나누어 사람을 만나고 일을 진행했기 때문에 적당히 지나듯이 할 수 있는 일이 아예 없었다.

그래서 내 일은 어떻게든 소화하고, 함께 할 일은 돕는 입장에서 처리했다. 큰 조직을 맡았을 때도 일의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일들을 그만두고 난 지금 생각해보니, 직원들에게만 최선을 요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최선이 만든 성공을 마치 내가 만든 것처럼 우쭐거리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한 주간이 시작되는 오늘, 여러 곳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말들이 오갈 것이다.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는 자세는 필요하고, 최선의 열매를 기쁘게 나누는 것도 필요하다. 최선을 다하는 자세는 간혹 능력을 앞서기도 하고, 생각지도 않은 부수적인 수확을 거두게 만든다. 실제로 최선이 빠지면 일의 방향이 틀어지거나 뭉그러지기도 한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이리저리 날리다가 엉뚱한 곳에 내려앉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최선이 다양한 차원에서 거론될 때, 먼저 헤아릴 것은 ‘나의 최선’이다.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지 않으면 그 최선은 허공에 뜬 최선이 되고 만다. 최선이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게 만들려면 최선을 거론하는 사람이 먼저 최선을 보여야 한다. 최선은 강조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함께 실천할 때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덕목이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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