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현장에 있을 때의 이야기다. 진중하지 못한 언행으로 미움을 사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이루어낸 일도 아니면서 이것저것을 끌어다가 자신의 업적이라고 둘러대다가 인심을 잃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 일에 나서서 껍적대다가 나서지 않은 것만도 못한 처지에 빠지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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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
반면에,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하면서 굵직한 일들을 소리 소문 없이 해결해내는 시설장을 본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이 책임자로 있는 복지시설의 직원들에게 존경을 받을 뿐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큰 믿음을 얻고 있었다. 동료 관장들로부터도 돈독한 신임의 대상이었다. 그는 말이 적었다. 자신이 맡아서 처리한 일을 자랑해도 될 터인데, 다른 동료들의 협력 때문이었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와 같이 일하는 동안 많은 일들이 이루어졌다. 감사한 기억이다.
장자(莊子)에는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다. 그 중 하나다. 양자가 송나라의 한 여관에 머물게 되었다. 여관의 주인에게는 첩이 두 명 있었다. 한 명은 미녀고 다른 한 명은 못생긴 여인이었다. 그런데 여관 주인은 못생긴 여인만 사랑하고 예쁜 여인은 멀리했다. 양자가 까닭을 물었다. 여관 주인은 ‘예쁜 여자는 스스로 예쁘다고 하니 예뻐 보이지 않고, 못생긴 여자는 스스로 못생겼다고 하니 못생겨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양자가 제자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기억해 두어라. 훌륭해도 스스로 훌륭하다고 말하지 않으면 어디 간들 사랑받지 못하겠느냐?’ 제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이 많다. 너무 어깨를 꺾고 사는 것도 문제겠으나 스스로 잘 났다고 목에 힘을 준 사람을 만나고 나면 여러 날을 두고 속이 메슥거린다. 자랑은 스스로 하는 게 아니다.
성경에도 ‘미련한 사람은 입을 놀려 우쭐대다가 매를 벌지만, 지혜로운 사람의 입술은 자신을 지킨다’고 했다. 또 ‘입을 지키는 사람은 자기 몸을 지키지만, 입술을 여는 사람은 스스로를 무너뜨린다’는 말씀도 있다.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말씀이지만, 한 마디를 보태자면 ‘입으로 방정을 떨다가는 본전도 못 챙긴다’는 뜻이다.
사람이 입을 닫고 살 수는 없다. 그래도 자기가 할 말이 있고 다른 사람이 해야 할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이 해줘야 할 말을 자기가 나서서 뇌까리면 그 말은 좋지 않은 말이 되어 돌아온다. 별로 잘 나지도 못한 위인들이 세상을 가볍게 보다가 나자빠진 경우를 자주 본다. 올곧지 못한 목적을 염두에 둔 언행이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일도 적지 않다. 자기홍보의 시대라고 말들을 한다. 하지만 촐싹거리는 입방정이 오히려 미움을 키운다.
정치현장에도 말이 참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막가파 말잔치’를 보는 것 같다. 어쩌면 그리도 하지 말아야 할 말들만 골라서 하는지, 참담할 따름이다. 저주와 난도질이 일상이다. 많이 배운 사람들인데도 하는 짓이 꼭 양아치다. 상대방을 깎아내린 말은 자신의 인격을 허물고 진정성을 바닥에 떨궈버린다. 그런데도 오히려 기승이다.
비슷한 일이 교회에서도 벌어진다. 할 말은 거르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은 하염이 없다. 하나님은 없고, 다른 것에 정신 팔린 야바위꾼들의 허풍이 요란하다. 요즘 기염을 토하는 목사들 말고도 유사한 인물들이 수두룩하다. 물론 나라와 민족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면서 참된 목자의 삶을 사는 분들도 있으나 그 수가 많지 않다. 말이 무너지면 정신도 무너지게 된다. 오염된 언어가 세상을 홀리는 일이 그만 사그라졌으면 좋겠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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