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윤석렬의 탄핵과 구속은 개인의 불행이기도 하지만 나라의 불행이고 우리 역사의 불행이기도 하다. 그는 준비 없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을 모르고 자리에 앉게 된 것이다. 그러니 남 탓을 일삼고 엉뚱한 일로 시간만 축내다가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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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
그가 엎어진 가장 큰 이유는 ‘편견’ 때문이다. 그는 한쪽 귀만 열고 살았다. 아니,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골라서 들었다. 그는 극우성향의 인사들이 운영하는 유튜브의 내용을 철석같이 믿었다고 한다. 도대체 일국의 대통령이란 사람이 극우성향의 유튜브 내용을 신주단지처럼 떠받들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중국의 선거개입설이나 부정선거론을 신봉한 일도 우습다. 그들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다. 근거도 없다. 그런데도 그들의 주장을 대통령이 앵무새처럼 되뇌고 있다. 중국의 선거개입설은 제쳐두자. 부정선거론도 여러 정당의 참관인들이 투개표과정을 지켜보았고 검찰과 경찰이 나서서 수사한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편견에 기초한 억지고집이 원인이고, 결론을 정해놓고 수사했던 못된 버릇 때문이다.
그의 ‘과도한 음주’도 자신을 때린 중요한 원인이다. 그는 날마다 술을 마셨다고 한다. 일부 언론에 적나라하게 보도된 바 있는 것처럼 ‘가짜 출근차량’을 내보낸 게 이를 증명한다. 대통령의 업무는 엄청나게 많다. 정상적인 근무시간만이 아니라 퇴근해서도 각종 보고서를 봐야 국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여느 대통령은 보고서들 때문에 밤잠을 설칠 정도라고 했다. 그런데 노다지 술타령으로 세월을 보냈다는 것인데, 나랏일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윤여준 전 장관은 ‘이렇게 술에 쩔어 살면 정무적 판단력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작은 기관의 책임자라도 날마다 술을 마시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감정조절이 불가능해 진다.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고,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떠넘긴다. 이것이 고주망태들의 전형적인 행태다.
그를 편견과 음주에 빠지게 만든 건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는 무능력한 상태로 대통령이 되었다. 대규모 조직의 일개 부서장이 하루아침에 조직의 수장이 된 꼴이다. 국정운영의 방법을 알지 못한 채 대통령이 되었으니 불안했을 것이다. 계속됐던 아내의 범죄연루도 퇴임 후를 불안하게 했을 것이다. 불안은 능력의 부족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뿌리가 박혀 있다. 능력이 부족하면 도움을 받으면 되는데, 그럴만한 인물이 그의 주변에는 없었다. ‘딸랑맨’들만 있었다. 미래가 불확실하면 현재를 정당하고 떳떳하게 다듬으면 되는데, 그럴만한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그리고는 권력놀이에 취한 불나방처럼 고집으로 벽을 세우고 그 안에서 날개 짓만 퍼덕였다. 그러니 불안의 양상만 다양해지고, 자신의 미래에 또 다른 불안이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그의 탄핵과 구속은 반국가적 중죄를 범했기 때문에 당연하다. 이런 양상을 보면서 우리도 생각할 게 많다. 맡은 일에 충실하기 위해 버려야 할 것은 버려야 한다.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다가 수렁 속으로 기어들지 말아야 한다. 너그러운 마음가짐의 중요함을 알아야 한다. 문제는 ‘더불어 함께’ 풀어가야 한다. 혼자 끌어안고 버르적거리다가는 다른 일들도 그르치게 된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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