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임금이 화(華)라는 지역을 순회하는데, 성문지기가 요 임금을 만나자 성인이라고 추켜세우면서 장수와 부귀 그리고 다자(多子)의 복을 누리라고 축원했다. 요 임금이 ‘아들이 많아도 걱정, 돈이 많아도 걱정, 오래 살아도 걱정’이라면서 사양했다. 그러자 성문지기가 요 임금을 나무라면서 당신을 성인이라고 생각했는데, 군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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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
아들이 많으면 제 갈 길로 보내면 되고, 돈이 많으면 이웃에게 나누면 되고, 오래 살면 그에 적합한 일을 하면 되는데 왜 지레 걱정하느냐고 했다. 뒤늦게 성문지기의 혜안에 감복한 요 임금이 가르침을 청했지만 성문지기는 물러가라면서 입을 닫아 버렸다.
이야기를 압축하다보니 두 사람의 대화가 ‘걱정’에 집중된 것 같으나, 실은 요 임금이 자신의 욕심 없는 삶을 과시하려는 태도에 성문지기가 한 수 가르쳐주는 흐름이다. 성문지기의 세 가지 축원을 들은 요 임금이 사양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무위의 덕을 세우는 일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일들’이라는 이유를 내세우자 성문지기가 무위의 바른 뜻을 일깨웠다. 무위의 덕이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 일에 적합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위란 넋 빠진 상태로 사는 것이 아니라 절제와 배려 그리고 관용이 조화를 이루어 가는 과정이라고 본 것이다.
지혜롭게 사는 방법이라면서 여러 말들이 오간다. 서점에도 전망과 선택에 관한 책들이 즐비하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부터 몰입과 집중이 성공을 보장한다는 이야기를 담은 두툼한 책까지 빼곡하다. 아무도 모르는 비법을 공개적으로 전수하지 못해서 안달이 난듯하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책을 열어보면 죄다 비슷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이 책들을 성문지기가 본다면 ‘호들갑 떨지 말고, 지금을 누리며 살라’고 짧게 말할 것 같다. 이런저런 방법들을 들이댄다고 해서 딱히 달라질 일도 없고, 또 그런 세상도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의 삶을 기쁘게 누리는 삶이야말로 무위의 정점이다.
장자에 등장하는 예화들을 보면 묵직한 지혜가 담겨 있다. 이 지혜를 1주일에 몇 시간 강독하는 것으로 다 이해할 수는 없다. 장자의 내용 자체가 난해하다보니 몇 번을 다시 읽어야 겨우 이해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변죽을 치면 복판도 같이 울린다’는 속담처럼 작은 깨달음만으로도 전체가 얼추 보이는 경험을 자주 한다. 또 장자의 내용들을 조금씩 새기며 소리 내어 읽는 공부라서 매 시간마다 큰 배움을 만난다. 얼마 전에 읽은 ‘지나침이 없는 삶’에 대한 보석 같은 이야기가 그랬다. 지나치면 모자란 것보다 못하다. 오늘 마주한 일을 편안하고 소중하게 ‘누리는 즐거움’이 많아지기를 기원한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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