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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
지난 시절,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하는 기회가 많았다. 여러 단체의 대표 역할을 오랫동안 했고, 분수에 넘게 여러 대학의 겸임교수를 오래해서다. 인사말이나 강의를 할 때마다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나서지만 늘 아쉬움이 남았다. 서점에 가면 말 잘하는 방법에 관한 책들이 널렸다. 막상 펼쳐보면 원론적인 조언들뿐이다. 강의를 잘한다는 선배들을 만나보아도 딱 떨어지는 비법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이유는 하나였다. 남의 방법을 차용하려니까 그랬다.
오늘은, 시행착오와 낭패를 거듭한 뒤에 깨달은 몇 가지 생각을 나누려고 한다. 수강자의 초롱한 눈을 마주하려면 무엇보다 ‘진정성’이 요체라는 사실을 전제해 둔다.
강의자가 염두에 두어야 할 으뜸은, ‘듣고 싶은 이야기’를 골라낼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강의하는 사람들이 범하는 오류 중에 하나가 새로운 기술이나 방법을 가르치려는 과욕이다. 세상에 별난 기술이나 방법은 많지 않다. 그리고 대부분 알려진 내용이다. 강의자의 소견을 대단한 발견인 것처럼 수선을 피우면 강의는 곁길로 새버린다.
가르치려고 하기보다 궁금한 주제를 공유하고 대답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총론적인 문제제기는 강사의 몫이다. 문제를 제기할 때도 수강자들이 궁금한 주제들이어야 한다. 강사가 궁금했던 것을 늘어놓기 시작하면, 강의는 금세 너덜거리는 자랑질로 둔갑한다.
강의를 맡은 사람들의 수고는 대단하다. 주제에 적합한 강의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책을 보고, 문제해결의 경험을 모으게 된다. 이 과정의 수고는 존중한다. 문제는 너무 많은 준비를 하다보면 메시지가 흐려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살아있는 강의는 수강자의 기억에 확실한 인상을 남긴다. 굳이 메모를 하지 않아도 강의와 강조점이 함께 떠오른다.
그러려면 수강자의 기대를 작은 주제로 압축하고, 적합한 메시지를 찾아내야 한다. 어떤 성격의 강의도 메시지가 시원치 않으면 시간낭비 했다는 군소리만 남는다. 통상 ‘한 강좌에 3개 정도의 메시지’면 충분하다. 정리된 메시지가 있으면 강의도 흔들리지 않는다.
앞에서 강의를 맡은 사람들의 수고가 크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런데 강의를 듣는 사람들의 수고도 만만치 않다. 여러 불편을 감수하고 강의를 듣는 공간에 와있는 거다. 따라서 강의는 의미도 있어야 하겠지만, 수강자가 ‘재미있게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의 재미는 심오한 뜻이 있는 게 아니라 문자 그대로 재미를 말한다. 수강자가 편안하게 웃을 수 있는 강의가 되어야 한다. 감동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턱없이 진지한 말만 반복하면 하품을 유발할 뿐이다. 자신만의 유머모음을 만들자. 강의와 연관된 웃음을 만들려면 적지 않은 준비와 연습이 필요하다. 그래도 이 정도의 수고는 있어야 강의에 재미가 실린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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