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씩씩하게 시작했는데, 벌써 한 해가 다 지났다. 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을 실감한다. 은퇴한 이후에 더 그러는 것 같다. 연말이 되면 누구나 한 해를 돌아본다. 계획했던 일이 얼마나 성취되었는지를 챙겨보게 되고, 아쉬운 일들도 꼽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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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
개인적으로 올해의 가장 큰 계획은 ‘책 읽기’였다. 오래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은 반드시 서점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구입하고 있다. 올해도 빠지지 않고 서점에 갔다. 다양한 영역의 책을 사기는 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어두는 일이 많았다. 구입한 책은 반드시 읽어야 되겠다는 다짐을 굳게 했었는데, 돌아보니 훨씬 미치지 못한 채로 연말을 맞았다.
다행히 ‘장자’를 공부하는 모임에 참여한 일과 ‘사기열전’을 공부하는 모임에 열심을 다해 참여한 일이 기억에 남는다. 장자는 매주 월요일 저녁에, 사기열전은 매주 목요일 저녁에 적은 인원이 모여서 공부를 한다.
장자를 공부하는 모임을 이끄는 교수님은 본인이 장자의 삶을 살고 계시다. 그래서 교수님의 말씀 하나하나에 깨우침이 담겨있다. 장자의 내용이 깊은 의미를 담고 있어서 혼자 읽었다면 진작에 작파했을 것인데, 교수님과 함께 읽으면서 큰 배움을 얻었다. 사기열전도 중국고전에 깊은 이해를 가진 목사님과 함께 공부한다.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던 때보다 훨씬 배움이 많고 컸다. 두 분께 감사드린다.
아침운동과 주말등산을 빼먹지 않은 일도 올해의 흐뭇한 기억이다. 아침운동은 갑천변 빨리걷기와 동네 뒷산의 작은 봉우리에 오르기를 병행했다. 예전에는 갑천변만을 걸었는데, 약간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뒷산의 ‘쟁기봉’이라는 곳을 힘차게 뛰어갔다 오면 가뿐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두 곳 다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는 거리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다. 집 근처에 좋은 산들이 많아서 순례하듯이 다닌다. 뒷산을 멀리 돌아오는 코스가 기본이다. 월말에는 구봉산, 계족산, 향적산, 계룡산 등을 순차적으로 다닌다. 아침운동과 주말등산의 건강효과는 따로 설명하지 않으려고 한다.
올해를 돌아볼 때, 가장 분통터지는 일을 들라면 12월3일의 ‘선무당 푸닥거리’다. 이제는 얼굴조차 보기 싫은 그 인물은 전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맨손으로 총부리를 부여잡고, 맨몸으로 장갑차를 막아선 국민들의 용기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될 뻔한 끔찍한 일이었다.
가장 애통한 일은 ‘무안공항 참사’다. 이 비통한 일을 어찌 이겨낼 수 있을지 막막하다. 날벼락 같은 일로 한 순간에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유가족들에게 하늘의 위로가 함께 하기를 기도한다. 두 가지 참담한 일의 마무리를 위해서는 남아 있는 우리가 먼저 단단해져야 한다. 야무지게 새해를 맞으려는 이유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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