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문다. 어쨌든 희망이라는 것을 붙잡고 견딘 한 해였지만, 막판에 어처구니없는 난동을 보면서 깊은 한숨과 함께 연말을 맞게 되었다. 어쩌다가 이런 몰상식을 만나게 되었는지, 가슴이 갑갑하다. 세상물정과 거리를 두고 산지가 조금 되기는 했지만, 이번 일은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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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
유혈사태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까지 속속 드러나는 판국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제일의무인 사람이 어떻게 국민을 상대로 총을 들고 설치라고 명령할 수 있었는지, 참담할 노릇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국민의힘에 소속된 일부 찌질이들은 파렴치한 딴죽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긴, 역사적으로나 법률적으로 처단된 독재자들의 사진을 버젓이 사무실에 걸어놓은 인물이나 기관들이 많다. 정치인도 그렇고, 특히 군인들 중에 그런 말종들이 적지 않다. 전직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걸어놓았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속내는 흠모의 마음이 흥건하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다.
군인의 신분으로 반란을 일으켜서 대통령에까지 올랐고, 반란에 동조했던 자들은 국가의 요직을 두루 꿰찼던 40년 전의 일을 가슴에 품고 있는 똥별들이 아직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권력의 단맛에 빠져들면 가장 먼저 판단력이 괴사한다. 작은 조직에서도 흔한 일이다. 국가권력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대통령이 벌인 군사변란이 분명한데도, 정신 나간 일부인사들의 망동은 얼빠진 군인들의 행태와 손톱만큼도 다르지 않았다. 국민들이 가까스로 총부리를 돌려세우는 장면을 목격하고도 헛소리를 주구장창 늘어놓고 있다. 대통령은 절대로 물러나지 않겠다고 목에 핏대를 세우는데도 ‘임기단축 개헌’이니 ‘자진 사퇴’니 등을 운운하면서 국민들의 시선을 엉뚱한 데로 돌리려고 한다.
국민들은 이 거칠고 주정뱅이 같은 자를 한시라도 빨리 끌어내리겠다는 것인데, ‘굳이 감방에 넣어야 되겠냐’면서 어눌한 입을 놀리는 인물도 생겼다. 동정론에 군불을 떼는 짓이고, 역사에 오물을 덮어씌우려는 착란에 다름 아니다.
다행히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되어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저들이 전혀 반성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될 이유다. 헌법재판소로 넘어가기는 했지만 그 일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법조계는 워낙에 보수적이고, 변화를 싫어하는 대표적인 집단이다. 그들의 양심에만 맡겼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민주당은 철저하게 준비해서 탄핵이 인용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탄핵에 성공한 것만으로 흥청거리기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국민들은 민주당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 국민보다 다른 것에 빠져서 허우적거린 윤석렬을 탄핵한 것임을 잊으면 안 된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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