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식에 맞는 ‘옷’과 ‘말’

몇 해 전, 가깝게 지내던 H지역의 복지관 관장 정년퇴임식이 있었다. 해당 지역에서 여러 중책을 맡았던 관장이어서 많은 분이 예식에 참석했다. 예식에는 직원들의 정성이 촘촘하게 담겨 있었다. 진행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웠다.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정년퇴임식에는 각종 공로패와 감사패 그리고 여러 축하의 말들이 오가기 때문에 자칫 어수선할 수 있었는데도 깔끔하게 진행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몹시 흐뭇했다. 퇴임하는 관장의 노고를 담은 영상과 이벤트도 보기 좋았다. 퇴임하는 관장도, 참석한 하객들도 오래 기억할만한 아름다운 예식이었다. 그간 만나지 못했던 얼굴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멋진 자리였지만, 눈에 거슬리는 장면이 몇 개 있었다. 사회복지계의 오랜 폐습이기도 한데, 참석자들의 복장이 예식에 걸맞지 않은 차림이 많았다. 단순 참석자들이야 그럴 수도 있다. 문제는 축하와 감사의 순서를 맡은 사람들까지 예의를 벗어난 복장이었다. 한 여름이 아닌데도 정장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이가 없었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축사나 격려사를 담당한 사람들의 무신경이다. 준비도 없이 올라가서 저잣거리 잡상인의 호객행위 같은 너스레를 한 바탕 떨고 내려왔다. 한 평생을 사회복지계에서 종사한 사람에 대한 예우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뻘찐 행태였다. 그들 다수가 사회복지계 인사였다.

옷차림이 뭐 대수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옳은 말이다. 옷차림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말도 있다. 이 말도 옳은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옷차림에는 그 사람의 생각이 담겨 있는 법이고, 옷매무새 하나에도 그 사람의 태도가 담겨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사회복지계가 언제부터 편한 복장 일색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요즘에는 전국단위의 대표마저 지방행사에 편한 복장으로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염치없는 짓이다. 작은 행사건 큰 행사건 간에 무대에 오르는 사람은 예식이나 행사의 성격에 맞는 복장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그것이 행사의 주인공과 참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축하나 격려의 말도 예식에 적합해야 한다. 원고가 있으면 더욱 좋다. 준비가 부실하면 말이 짧아지거나 턱없이 길어진다. 잘 다듬은 말은 메시지가 또렷해서 행사나 예식의 의미를 훨씬 돋보이게 한다. 이치가 이러함에도 준비 없이 무대에 오르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당연히 버벅대거나 앞뒤가 꼬인 말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다.

예전에 행사의 성격과 동떨어진 말을 하고 다니는 사회복지계 인물이 있었다. 실명은 거명하지 않겠으나 중앙정부의 고위직을 지낸 사람이다. 그런데 이 사람의 인사말은 언제 들어도 앞뒤 맥락이 없다. 준비가 안 됐으니 당연한 일이다. 한 마디를 하더라도 메시지가 분명한 말을 해야 한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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