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사회복지관협회가 은퇴한 관장들을 초청해서 오찬을 나누는 행사에 참석했다. 오랜만에 선배들과 후배들을 같은 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후배관장 한 사람이 인사말을 하면서 ‘99세까지 88하게 사시다가 1~2일만 앓으시고 3일 만에 4망하시라’고 했다. 느닷없는 인사말에 모두가 박장대소했지만,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
|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
문득, 목사직에서 같은 날 은퇴한 분의 죽음이 생각났다. 큰 교회를 목회했고, 적잖은 도움을 주신 분이기에 너무 놀라웠다. 나이도 별 차이가 없어서 충격이 컸다. 장례식장에 놓인 그 분의 사진을 보면서 죽음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쇼펜하우어는 죽음에 대해 언급하면서 ‘자연은 개체의 삶과 죽음에 대해 관심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 그 증거로 동물이나 인간의 생명을 사소한 우연의 농락에 맡기고 있다. 당신이 걷고 있는 길바닥을 기어가는 벌레를 보라. 당신의 발길이 한 발자국만 어긋나면 그 벌레의 삶과 죽음이 결정된다. 사람도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늙어서 죽는 것이야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지 않은 죽음도 얼마든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얼마 전에 젊은 딸을 사고로 잃은 아버지를 만났다. 그의 핏덩어리 같은 눈물 때문에 내 가슴도 무너진 기억이 있다. 죽음이 우리 주변에 가까이 있음을 새삼 느꼈다.
어떤 이는 ‘인생은 짧은 여행일 뿐이다’고 말하면서, ‘죽음은 그 여행의 마침표를 찍는 것’이라고 했다. 담담하게 맞으라는 이야기다. 총론적으로 보면 그럴듯한 말이지만, 당사자에게는 편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다. 죽음을 직면하고 있는 사람들의 절박한 숨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인생이 여행일 뿐이라는 한가한 이야기에 동의하지 못한다.
죽음은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다. 호흡이 끊어지고, 꿈이 끊어지고, 사랑과 믿음이 끊어지고, 육신이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그것을 담담하게 맞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죽음은 언젠가 만날 수밖에 없겠지만, 우선은 피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연세가 많은 선배님 한 분은 ‘잘 죽어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구구팔팔 일이삼사’를 들었다고 말씀드렸더니 빙긋이 웃으면서 그랬으면 좋겠다고 맞장구를 치면서도, 죽음을 생각하면 편치 않다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그렇다면 살아갈 날이 그래도 아직 남아있는 우리는 죽음을 어찌 생각해야 할까?
하이데거는 ‘죽음에 대한 실존적 자각은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된다’면서 ‘죽음과 함께 살아야 한다’고 했다. 가장 확실한 조언이다. 죽음에 대한 다른 이야기들도 다 비슷하다. 결국 ‘지금’과 ‘여기’를 사랑하는 것이 최선의 해법일 수 있다. 즐거움을 만들어서 나누고 누리는 삶, ‘오늘’ 우리가 할 일이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
<저작권자 © CAM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책’이 바른 세상을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