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국모였다.”
최근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이 한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를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국모. 왕비에게나 붙이던, 근대 이전 왕정 시대의 언어다. 민주공화국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21세기에 들어 다시 이런 단어를 들을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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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교 CAM방송.뉴스대표 |
대한민국은 대통령제 국가다. 대통령은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행사하는 공복이며, 그 가족 또한 공적 책임과 검증의 영역에 놓인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 하에서 김건희 여사는 그 어느 대통령 부인보다 ‘보이지 않지만 막강한 존재’로 자리해 왔다. 공식 행보보다 사적 거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코바나컨텐츠와 전시 후원 의혹, 도이치모터스에 얽힌 검찰 수사 무마 논란 등에서 그 이름은 끊임없이 회자됐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국모’ 운운하다니. 우리는 여전히 임금의 백성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어머니’나 ‘아내’라는 이유로 권력을 갖는 이들을 바라봐야 하는가?
‘국모’라는 단어는 권력의 사유화를 정당화하는 가장 오래된 방식 중 하나다. 왕비는 혈통과 혼인을 통해 권력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현대 민주주의는 개인의 지위가 아닌, 헌법과 제도를 통해 권력의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여사를 ‘국모’라고 칭하는 것은 곧 ‘왕정적 상상력’에 기반한 정치적 퇴행을 드러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그림자가 얼마나 깊숙이 청와대와 국정 운영에 개입해 있었는지를 묻고 있다. 그 정점에 '비선'과 '은폐', 그리고 그로 인해 무너진 대통령의 신뢰가 있다. 단 한 번의 국민적 검증 없이 권력의 핵심으로 침투한 결과가, 결국 국정 마비와 탄핵이라는 사태로 귀결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대식 의원의 발언은 단순한 과잉 충성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민의힘 내부의 권력에 대한 인식,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 부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 나라가 왕조가 아니라는 사실, 대통령 부인이 ‘국모’가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국민은 더 이상 신민(臣民)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필요한 것은 ‘국모’가 아니라, 공적 책임을 지는 대통령과 그 가족, 투명하고 견제 가능한 권력 구조다. 우리는 임금의 백성이 아니라, 주권자다. 그런 주권자에게 ‘국모’ 운운하는 언어는 모욕이다.
더 이상 환상 속의 군주제 정치를 반복해선 안 된다. 국모는 없다. 다만 책임져야 할 공적 인물만 있을 뿐이다.
김문교 대표기자 cambroadca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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