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일이 코앞이다. 여러 조사들의 결과를 모아보면 당선가능성이 매우 높은 인물의 윤곽이 차츰 분명해지고는 있다. 다행인 것은, 내란의 종식을 앞세운 인물이 당선권에 접어든 것 같아서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가 있다. 그러나 대통령에 당선될 사람 앞에 놓인 과제들이 산더미보다 더 많아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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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
윤석렬의 불장난으로 촉발된 국가위기사태가 수습국면에 접어들기는 했더라도 내란의 여진은 진행형이다. 민생경제로 총칭되는 국민들의 삶은 뿌리까지 흔들리는 지경이고, 국가의 중요권력을 차지하고 있는 부처와 담당자들의 태도는 예전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이한 이력의 후보자를 내세운 정당의 행태를 보면 이 사태의 원인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 이들의 모습만으로도 이번 대통령의 할 일이 적지 않음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대통령에 당선되는 사람이 염두에 둘 일은 흐트러진 국가질서를 바로세우는 일이다. 이번 선거는 당선된 다음날부터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따로 인수위원회를 구성해서 집권의 준비기간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선거기간 중이라도 국가경영의 기본 로드맵과 인선을 위한 작업을 병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당선이 유력한 후보 쪽은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유세는 유세대로 진행하면서 집권할 경우의 수를 감안한 실무 작업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가장 우선적인 과업이 정의가 무뎌진 사회질서의 회복과 권력기관 공무원들의 태도를 일거에 바꾸는 일이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집권초기에 이 부분을 머뭇거리면 끝장이다. 이 작업의 키워드는 ‘회복과 정리’다. 회복할 것은 욕을 먹더라도 바로세우고, 버릴 건 미련 없이 손을 털어버려야 한다.
‘통합’에 대한 생각도 새로 정립해야 한다. 어설프게 국민대통합을 운운하다가는 온전한 통합의 시점을 놓칠 수도 있다. 국민 모두가 하나의 생각을 가질 수는 없다. 그것은 또 다른 전체주의적인 망상이다. 통합의 울타리를 넓게 펼치되, 국민 모두가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기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생각이 비뚤어진 사람은 결단코 변하지 않는다. 그들의 생각을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못된 생각을 펴지 못하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렇게나 지껄여도 되는 나라는 나라도 아니다. 국민들의 어깨와 정서를 드세게 짓누르는 일체의 행위는 징벌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자유는 책임의 바탕 위에 있는 법이다.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는 자유는 폭력이다. 통합은 국민다수를 이롭게 하는 수준이면 된다. 허상을 좇다가는 본질을 놓친다.
모든 걸 국민 앞에 속속들이 ‘공개’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책이나 행정도 예외를 두어선 안 된다. 국민을 앞세우면 외교와 안보도, 정치와 경제도 저절로 풀린다. 국민을 바라보지 않고 다른 나라를 바라보거나 집권세력의 이익여부를 저울질하면 다 어그러진다. 국민들 모르게 주고받아야 할 영역이 존재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그러다가 뭉그러진 나라가 한 둘이 아니다. 통상이건 국방이건 간에 국민이 빠진 일은 쉽게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장막 뒤에서 속삭이는 거래는 국민의 이익이 아니라 정권의 이익인 경우가 많다. 국민을 앞세우고, 국민 앞에 공개하고, 국민과 함께 한다면 국가의 차원이 달라진다. 같은 맥락에서, 권력기관이 지출하는 예산도 10원 단위까지 철저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러면 허튼 짓이 사라지고, 예산의 10% 정도는 쉽게 절감할 수 있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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