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민주주의의 꽃은 경선이라 했다. 국민의힘도 열심히 꽃을 피웠다. 후보자들이 각기 “나라를 구하겠다”며 마이크를 잡고, 당원들은 문자 투표에, 여론조사는 일희일비하며 흥행을 돋웠다.
 |
그리하여 김문수 전 지사가 당당히 당선됐다. 박수갈채와 함께 “우리 당의 얼굴은 이 분!”이라며 자신있게 선언했었다. 그런데 웬걸, 그 꽃이 시들기도 전에, 자당 의원들이 다른 꽃병을 들고 나타났다. “김문수도 좋지만, 한덕수와 단일화해야 이긴다”고. 국민 앞에 차려진 밥상을 걷어차고 다시 주문지를 꺼내든 셈이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건 경선이었는가, 아니면 시청자 투표에 따라 결과가 바뀌는 ‘정치 오디션’이었는가? 후보는 뽑았지만, 마음에 안 드니 교체할 수도 있다는 건가? 차라리 처음부터 “본선 직행권은 경선 1위가 아니라 최고위원회 추천으로 결정됩니다”라고 고지했더라면 더 정직했을 것이다.
정당이 스스로 경선 결과를 휴지조각처럼 취급한다면, 그 정치적 쇼는 유권자를 우롱하는 코미디에 불과하다. 더구나 그 ‘단일화’ 대상이 현 정권의 경제·외교 실정에 대해 한마디 책임도 지지 않은 인사라면, 그건 코미디를 넘어 블랙코미디다.
정치는 흥행이 아니다. 흥행을 노리다 원칙을 무너뜨리면, 남는 건 신뢰의 파산뿐이다. 경선을 치르고도 그 결과를 수습하지 못하는 정당은, 거울을 들여다봐야 한다. 거기에는 국민이 아닌, 인기투표에 목멘 ‘정치 기획자’의 얼굴이 비칠 것이다.
김문교 대표기자 cambroadcast@naver.com
<저작권자 © CAM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세계음식문화연구원 & CAM방송, 유튜브 방송물 제작 협약 체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