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천운(天運)편 중후반부에는 노자와 공자의 진지한 대화가 나온다. 특정한 명제를 앞세워서 삶을 이해하려는 공자와 억지나 무리가 삶의 본질을 해친다는 노자의 이야기다. 흥미롭게 전개되는 이야기의 전체적인 맥랙은 공자가 노자에게 한 수 배우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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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
공자가 51세에 이르렀음에도 도(道)를 터득하지 못하자 노자를 찾아간다. 노자가 공자에게 도를 어디서 얻으려 했느냐고 물었다. 공자가 제도나 명칭 또는 수량 등에서 얻으려 했다고 말한다. 다시 노자가 도를 어디서 얻으려 했느냐고 물었다. 공자는 음양(陰陽)에서 얻으려 했으나 터득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자 노자가 도는 무슨 명제를 추구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또 물건 같이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도 했다. 도는 올바른 깨우침에 기초한 여유이지, 공자가 좋아하는 인의(仁義)나 명성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한다. 특히 인이나 의가 실천원리는 될 수 있어도 삶의 본질은 아니라고 한다. 무얼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은 그것에 매달려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그 삶이 형벌을 받은 것처럼 고단할 뿐이라고도 했다.
노자와 공자의 대화가 더 이어진다. 공자가 인의를 또 꺼내자, 노자는 ‘키질을 하다가 겨가 날려서 눈에 들어가면 천지사방을 분간할 수 없다’고 응수한다. 인과 의에 매달리면 사람이 존재하는 본질을 놓칠 수도 있음을 경계한 것이다. 그리고 ‘두루미는 날마다 목욕을 하지 않아도 희고, 까마귀는 검은 칠을 안 해도 검다’면서 쓸데없이 어떤 명제가 중요하다고 내세우지 말 것을 당부한다. 무얼 특히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그게 덫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또 ‘드넓은 강에서 서로를 잊고 지내는 물고기의 삶이, 메마른 땅에서 물을 조금씩 나누며 헐떡이는 물고기보다 낫다’고 한다. 마른 땅에서 물을 조금씩 나누는 따위의 처량한 인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 말을 들은 공자는 사흘 동안이나 말을 하지 못했다고 책은 기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어진 대화에서 노자는 공자의 허영심을 통박한다. 공자가 여섯 가지 경전을 익혔는데도 72개 나라의 군주들이 자신을 등용하지 않았다고 탄식하자, 노자는 아주 잘 된 일이라면서 여섯 가지 경전이라는 것들은 과거의 흔적에 불과한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어찌 발자취가 신발을 대신할 수 있느냐’고 질책하듯이 힐문한다. 여석 가지 경전의 내용보다 자연의 순리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섞어 깨닫는 것이 훨씬 앞서는 일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이 말을 듣고 공자가 3개월 동안 두문불출했다. 그런 후에 공자가 도를 터득했다고 나선다. 그런데 공자가 터득했다는 도(道)가 새롭거나 신비한 깨우침이 아니었다. 그저 자연현상을 몇 가지 열거한 후에, 조화를 이루고 살지 못한 점을 자책한다. 그러자 노자는 공자에게 ‘자네도 도를 터득했다’고 칭찬한다.
앞의 내용 모두가 장자의 제자들이 지어낸 내용이라는 비판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배울 건 있다. 강에서는 배를, 길에서는 수레를 이용하는 게 순리인데도 강을 건너면서 수레를 사용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진 시절이다. 어설픈 지식 때문에 삶을 고단하게 옥죌 필요는 없다. 살면서 깨닫는 게 제일 중요하다. 당위 때문에 허덕거릴 이유도 없다. 강제는 위선을 재촉할 뿐이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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