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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이렇게까지 빠르게 무너질 줄은 몰랐습니다. 시장엔 사람의 숨결보다 절망이 더 짙게 깔려 있습니다. 대형마트의 바닥은 썰물처럼 빠져나간 소비자들의 발자국조차 잊은 지 오래고, 전통시장의 상인은 하루 두 번씩 셔터를 내렸다 올리며 하늘만 바라봅니다. 서민의 삶이 그야말로 붕괴 직전입니다.
12.3내란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 국정의 중심은 텅 빈 전시장처럼 비어 있습니다. 컨트롤타워라 불리던 중심축은 기능을 멈췄고, 공무원 사회마저 "어차피 위에서 지시가 없다"는 핑계 아래 사실상 손을 놓은 모습입니다. 정부가 멈췄고, 관료제는 마비되었으며, 국민은 그 사이에서 방치되고 있습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언제나 그렇듯 서민입니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노동자, 자영업자, 노인, 청년, 싱글맘…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삶의 버팀목을 잃고 휘청이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에 목을 매던 일자리마저 사라졌고, 공공 서비스는 무기한 연기, 복지예산은 ‘재조정’이라는 미명 아래 삭감됐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혼돈에 책임지는 이가 아무도 없다는 것입니다. 내란의 주동자는 재판정에 섰지만, 그들을 방조했던 정치권은 여전히 기득권을 지키기에 급급합니다. 언론마저 권력 눈치 보기에 바빠 ‘진짜 현실’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래서야 국민은 어디서 희망을 찾아야 합니까?
정치란 본디 국민의 삶을 지켜주는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그 정치가 마비되었을 때, 국가는 외양만 남은 빈껍데기일 뿐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위태롭고, 그 위기감은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습니다. 소리 없는 내상이 깊어지는 이때, 다시 정신을 붙잡아야 합니다. 누군가는, 아니 우리 모두가 이 상황을 직시해야 합니다.
오늘도 거리의 어느 가장은 아이에게 끼니를 챙겨줄 수 없어 고개를 떨구고, 한 어르신은 전기세 고지서를 보며 깊은 한숨을 쉽니다.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실상’입니다.
이 나라의 지도자들이여, 더 이상 국민을 시험하지 마십시오. 국민은 이미 충분히 견뎠습니다. 이제는 국가가 나서야 할 시간입니다.
김문교 대표기자 cambroadca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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