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통하지 않아서 생고생인 사람들이 많다. 다른 나라 말을 하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가슴을 친다. 가정은 물론이고 직장에서도 이런 문제로 갈등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같은 상황을 두고, 한국말로 의사를 주고받는데도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하니 갑갑할 노릇이긴 하다. 말이 통하지 읺으면 먼저 인간관계가 틀어져버린다. 의사전달의 장애는 일의 장애로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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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
같은 말을 하면서도 의사전달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생각이 다른 경우도 있고, 삶의 지향이 다른 경우도 있다. 인지능력에 문제가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는 대안이라고 시중에 회자되는 책들이 많다. 기술들도 많다. 그러나 그 대안들을 적용해 보아도 순식간에 말이 잘 통하는 건 아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장면을 들여다보면, 서로 ‘다른 말을 해대기’ 때문이다. 외식을 하러 나가던 부부가 말다툼 끝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 이야기를 들었다. 외식을 하자고 마음을 함께 한 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식당까지 가는 방법을 두고 아내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자고 했고, 남편은 승용차를 이용하자고 했다. 그러다가 승용차를 이용하기로 합의를 했는데, 승용차 안에서 메뉴에 관한 불편한 이야기들이 오가다가 싸움으로 번졌다.
급기야는 외식이나 이동수단의 이야기를 넘어서 그간에 쌓인 불만이 터져 나왔고, 건드리면 안 되는 감정선을 건드리는 상황까지 나갔다. 결국 이 부부는 험한 말을 주고받다가 집에 돌아와 버렸다. 이 부부도 열심히 이야기를 주고받기는 했다. 그런데 자기 이야기만 앞세웠다. 말은 나눴지만, 말이 통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지점에는 ‘이해의 상충’이라는 지뢰가 있다. 이해가 맞서게 되면 합리화와 정당화가 시작된다. 말이 합리화나 정당화지, 무리한 논리와 무례한 주장이 튀어나온다. 관행이라고 둘러대기도 한다. 그러나 근거도, 전례도 없는 억지주장이 태반이다. 이해가 부딪히면 일단 상대방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는 게 먼저다. 그래야 타협점이 찾아진다.
물론 타협점을 찾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타협이 잘못된 합의로 변질될 수도 있어서다. 그러나 타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합리적이고 서로 납득가능한 수준이면, 상충이 협력으로 승화된다. 우리가 만나는 일의 대부분은 다툼의 소지를 안고 있다. 문제나 상황을 보는 관점과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합의 후에 나눌 몫에 대한 생각이 달라서다. 이해가 맞서면 한 걸음 물러서서 대화를 나눠야 한다.
말을 잘 통하게 하는 해법 중의 으뜸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충분하게 듣는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앞세우다보면 목소리는 커지고 인상은 찌그러진다. 상대방의 이야기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가 생각하는 올바름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것을 무시하면 말이 통하지 않는 관계로 전락한다. 경청과 공감이라는 용어를 들먹일 필요도 없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중간에 끊지 않고 오래 듣는 자세만 갖추고 있어도 말이 안 통한다는 이야기를 듣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현직에 있을 때, 말이 많은 편이었다. 그러다가 대화훈련과정에 참여한 이후로 말을 줄일 수 있었다. 말을 줄였더니 좋은 일도 있었고, 좋지 않은 일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일이 훨씬 많았던 것 같다. 말이 통하는 사람이 되려면, 자신의 말을 줄이고 다른 사람의 말을 새겨들으면 된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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