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서치요((君書治要)는 중국의 여러 책에서 지도자의 덕목을 모아 놓은 책이다. 이 책에서 공자는 ‘덕행이 천박한데 지위가 존귀하고, 지식은 협소한데 큰일을 도모하고, 역량이 취약한데 중책을 맡으면 재앙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재앙은 천재지변만을 일컫는 게 아니다. 사람이 재앙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있고, 정책이 재앙인 경우도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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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
같은 책의 다른 부분에 보면 ‘덕이 자리에 맞지 않고, 능력이 관직에 부합하지 않고, 포상이 공적에 부응하지 않으며, 처벌이 죄과에 상응하지 않으면 상서롭지 못하다’고도 했다. 모자란 사람이 과도하게 힘을 쓰면, 겉은 멀쩡해 보여도 안쪽은 문드러져 내린다는 말이다.
순 임금이 덕치의 방법을 묻자, 고요라는 대신이 ‘일에 종사하기 시작하면 관대하면서도 근엄하고, 온유하면서도 주관이 뚜렷하고, 선량하면서도 공손하고, 일을 잘 처리하면서도 경건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굳세고, 곧으면서도 따스하고, 간략하면서도 분명하고, 과단성이 있으면서도 성실하고, 고집스러우면서도 의리에 맞아야 한다’고 답했다.
순 임금이 고요의 권고대로 행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순 임금 시대를 태평성대였다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서 전부 다 실천하지는 못했더라도 상당 부분 치세의 근간으로 삼았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여러 나라에서 정반대의 길로 내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김원중 교수가 번역한 정관정요 성신(誠信)편에 보면 위징의 상소가 나온다. 1,500년 전의 글인데도 오늘의 지도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무겁다. 요약하면 이렇다.
‘군자와 소인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같지만 속마음은 서로 다르다. 군자는 다른 사람의 단점은 덮어주고 장점은 칭찬하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도 구차하게 편안함을 구하지 않으며, 자기의 생명을 희생하여 인의를 이룬다. 그러나 소인은 어질지 못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의롭지 못함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직 이익만 도모하고, 다른 사람을 해치면서 자신의 편안함을 구한다’고 했다.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 같은데 굳이 거명하진 않겠다.
온 천지가 뒤숭숭하다. 여러 나라의 사정이 정상에서 벗어나 있다. 상식이 엎어지고 억지의 기세가 등등하다. 살 떨리는 전쟁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는 나라들도 많다. 그 전쟁판에 끼어드는 나라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그런가하면 먹을 것이 없어 길바닥에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도 여러 대륙에서 부지기수다.
이런 일들의 원인을 파보면, 다 꼴값하는 인물들이 무턱대고 설치기 때문이다. 이런 종자들이 나라의 대표자가 되고 세계의 지도자 반열에 올라서 있으니 세상이 몸살을 앓고 있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이기주의를 바탕에 깔고 있는 작자들이 큰 힘을 가지고 있는 세상은 틀어지고 찌그러질 수밖에 없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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