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책에 푹 빠져 지내다가 잠시 멈췄다. 중국의 고전에 능통한 사람과 만나다보니, 책읽기의 방향이 그쪽으로 기울어서다. 요즘은 논어와 도덕경을 자주 펼쳐 읽는다. 읽다보면 무릎을 칠만한 내용들이 많기 때문이다. 오늘은 논어에 있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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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
공자는 지혜로운 사람이 생각해야 할 9가지가 있다고 가르쳤다. ‘눈으로 볼 때는 명확하게 보고 있는지를 생각하고, 귀로 들을 때는 정확하게 듣고 있는지를 생각하고, 얼굴 표정을 지을 때는 온화한지를 생각하고, 몸가짐은 공손한지를 생각하고, 말할 때는 진심인지를 생각하고, 일을 할 때는 진지하게 하는지를 생각하고, 의심이 날 때는 물어볼 생각을 하고, 화가 날 때는 뒷날의 어려움을 생각하고, 이익을 얻을 때는 정의로운 이익인지를 생각하라’고 했다. 흘려들으면 가벼운 가르침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곰곰이 그 내용을 따져 새겨보면 참으로 기막힌 가르침이고 오늘날에도 필요한 교훈들이다.
요약하면 ‘생각하면서 살라’는 내용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생각 없이 부지런을 떠는 인사들 때문에 여러 곳에서 문제가 삐져나오고 시비가 끊이질 않는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일들의 대부분은 한 발짝만 물러서서 생각하면 다 대답을 찾을 수 있는 일들이다. 난제로 보이는 것들도, 잘못된 부분은 시정하고 옳은 일은 서두르면 풀릴 일이다. 그런데도 어깃장으로 일관하는 사람들 때문에 온 세상이 허망의 늪에 빠지는 경우가 잦다. 몽니를 부리는 인사들이 가진 권한은 잘못된 주장을 견제하라는 것인데, 정반대의 용도로 악용하고 있다. 생각 없는 이들의 이기적인 고집이고 몰염치의 끝판이기도 하다.
우리 주변에도 생각 없이 나대는 사람들 때문에 작은 문제가 커지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들의 한결같은 특징은 말이 많다. 어디서 주워들은 몇 마디를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혹독하게 판단하고, 도대체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의견을 나누자고 하면서 자기 말만 늘어놓거나, 다른 사람을 자기보다 한 수 아래로 보는 사람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지도적 위치에 떡하니 앉아서 떵떵거리고 있다. 복장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기회를 잘 잡은 것인지, 아니면 세상이 뒤집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여러 사람의 힘을 빠지게 하는 일이다.
공자는 이런 세태를 예견이나 한 것처럼 ‘옛날에 어리석은 사람은 그래도 솔직했는데, 요즘의 어리석은 사람은 남을 기만하고 거짓말에만 능하다’고 했다. 잔머리와 꼼수로 문제를 풀어보려는 술책들을 나무라는 소리다. 우격다짐으로 어찌해 보려는 미련한 사람을 질책하는 소리이기도 하다. 사실, 조금만 ‘생각’하면 좋은 답은 쌓여있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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