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란 바로잡는 것이다.
무엇을 바로잡는가.
인간이 타고난 본성(인의예지)을 가로막는 것을 찾아 바로잡아 모든 국민이 자신의 삶에 기뻐하고 찬탄하게 하는 것이다. 마치 봄날에 꽃피고 새가 울며 자연이 생동하는 것처럼 말이다. 모든 국민이 자신의 삶에 만족하여 저절로 춤추게 함이다.
정치가 이러할진대 지도자의 첫째 자격조건은 시대를 아는 것이다. 즉 오늘의 시대는 무엇이 국민이 각기 타고난 본성을 저해하는 것인가를 아는 것이 첫째 덕목인 것이다. 율곡 선생은 ‘정치란 때를 아는 것이 귀중하고 일이란 실질을 힘씀이 중요하다.’ 하셨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양극화ㆍ저출산ㆍ국토의 기형화라는 대재앙 앞에 있다. 재앙의 원인을 아는 것이, 때를 아는 것이며 안 것을 제도와 정책으로 실행함이 실질에 힘쓰는 것이다.
율곡 선생은 당시의 시대를 다음과 같이 파악하고 걱정하셨다.
첫째 군신 간에 서로 믿는 실상이 없으며, 둘째로 신하는 일을 책임지려는 실상이 없으며, 셋째 경연(經筵: 각종 위원회)은 아무것도 성취하는 실상이 없으며, 넷째 어진 이(능력자)를 발탁하는 실상이 없으며, 다섯째 재난을 당해도 하늘의 뜻에 대응하는 실상이 없으며, 여섯째 여러 가지 정책은 백성을 구제하는 실상이 없으며, 일곱째 인심은 선으로 향하는 실상이 없다.
율곡 선생은 실상이 없는 조선의 국정을 근심하셨다. 실상이 없다는 것은 모두가 거짓이며 탁상공론이라는 것이다. 비속한 말로 표현하면 말장난이나 주둥이 잔치라는 것이다. 그렇게 조선의 인민이 병들어 신음하며 서로 죽지 못해 살아가는 처참한 상황인데도 조선의 지도자는 권력 쟁탈의 당파싸움에 몰두하였으니, 당시 조선의 관리와 지식인 중에 유독 율곡 선생만이 차마 못하는 사람의 마음(不忍人之心)을 지녔는가.
율곡 선생만이라도 이 마음을 지니고 이를 행하려 하셨기에 오늘 우리는 조선 중엽이 어떠한 실상이었음을 알 수 있으니 학자의 역할이 이처럼 위대하고 중대한 것이다. 또 선생으로 인하여 인간이 지닌 차마 못하는 사람의 마음은 우주가 멸하지 않는 한 불변의 진리임을 알겠으며 당시의 위정자가 어떠한 인간이었는지 알겠다. 율곡 선생이 평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본성을 어기고 뮈위도식하며 자신의 권세나 뽐낸 탐관오리가 아니던가.
폭군과 탐관오리가 부정부패에 연루된 자만을 지칭하는 것이겠는가. 사대의 병폐를 모르고 제도와 권력의 그늘에 숨어 일신의 부귀와 영달만을 추구한 자 또한, 폭군이며 탐관오리에 불과하다. 그 지위에 나아가 지위가 요구하는 소임을 다하지 못한 자를 어찌 백성이 옳다 하겠는가. 그래서 가장 큰 폭군과 탐관오리는 시대의 흐름에 아부하는 자이다. 이런 자를 공자께서는 사이비라 했으며 미워하셨다.
이를 거울삼아 보면 오늘의 대한민국이 어찌 이와 다르겠는가. 오늘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라는 세계 사조의 흐름에 따라 전 세계가 이권 쟁탈로 축적한 부를 존중하는 시대가 초래한 인류 역사 초유의 재앙에 마주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를 해결하고 바로잡아야 할 헌법기관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으니, 참으로 가련한 시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의 시대에 율곡 선생은 없는가. 연일 들려오는 소식은 권력다툼이며 헐뜯고 비방하는 소식이며 실직과 부도와 민생고를 견디지 못한 국민이 자살했다는 소식이다.
절대빈곤의 시대에도 없던 초유의 사건들이다. 가정이 파탄 났고 인정도 파탄이 났으며 이웃도 지역사회도 파탄이 났다.
조선 중엽의 국정이 근심할 정도라면 오늘의 대한민국의 국정은 파탄이 난 것이다. 입법ㆍ사법ㆍ행정 어느 한 분야도 정상이 없으며, 더욱 심각한 것은 부분적인 해결책으로는 아무런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지금의 입법ㆍ사법ㆍ행정의 작태로는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돌아가자. 근본으로 돌아가자. 인간이 타고난 본성으로 돌아가자. 법과 제도와 정책은 이미 기득권자들의 장난감이 되었으며, 어떠한 입법ㆍ사법ㆍ행정 처방도 그 실효를 상실하였으니, 인간 본연의 인륜ㆍ도덕으로 돌아가자.
법과 제도는 현실을 제어하는 도구이고 정치는 현실을 바로잡는 행위이니, 법과 제도가 많으면 많을수록 인간의 삶은 경직되고 불행할 뿐이다. 돌아가자. 하늘이 인간에게 부여한 인륜ㆍ도덕의 사회로 돌아가자. 인륜ㆍ도덕의 시대에 지도자는 인륜ㆍ도덕의 모범이 될 자가 출현할 것이니, 차마 못하는 인간의 마음을 지니고 오천만 국민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여민동락의 지도자가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우리 곁에 다가오리라.
그런 날이 오면 봄기운에 천지만물이 생동하듯이 오천만 국민의 직심(直心)을 격동시켜 노래하고 춤추리라. 봄볕이 어찌 만물을 차별하리. 타고난 이치에 따라 향영하리니 율곡 선생의 근심도 사라질 것이다. 그 길이 바로 인륜ㆍ도덕의 효험이니, 부모가 자식을 이뻐함이 같으며 자식이 부모를 사랑함이 같음에 연유한지라 인류의 공통이니 어디에 선들 환영받지 않으랴.
고주환 논설위원 kjmong14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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