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 한다. 날개가 있으므로 높이 나를 수 있지만 그 날개가 부러지면 추락하는 것이다. 또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고 한다. 그러나 멀리 봄으로 가까운 눈앞의 현실은 보지 못한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고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기 마련이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이며 흥망(興亡)과 치란(治亂)이 반복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국가의 흥망은 무엇 때문인가. 국가는 국민이 살고자 하는 생기가 넘칠 때 발전하며 살고자 하는 생기가 소멸할 때 망한다. 오늘의 우리 사회는 생기를 잃었다. 생기의 원천인 꿈과 희망과 내재적 자발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가난한 자는 가난한 자대로 살만한 자는 살만한 자대로 부유한 자는 부유한 자대로 만족감도 행복감도 느끼지 못한다. 자영업자는 자영업자대로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청년은 청년대로 꿈과 희망이 없으며 오직 돈만이 지배한다. 인간도 없고 인간의 문화도 없다. 삶의 목적도 성공 여부도 오직 돈이다. 출세와 영달의 기준 역시 돈이다.
한 국가의 생로병사는 탐욕과 그 탐욕을 뒷받침하는 제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오늘 우리 사회는 국민 개개인의 가치와 존엄은 사라지고 입법ㆍ사법ㆍ행정으로 대변되는 제도와 운영이 그 목적을 상실하고 오히려 국민 개개인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도구로 전락했다. 그리하여 병든 국가로 전락한 것이다.
병든 국민, 병든 사회, 병든 국가는 그 역동성을 상실하고 그 치료를 위해 더 많은 법과 제도를 만든다. 이미 역동성을 상실한 국가사회는 법과 제도를 만들수록 치료제를 투여할수록 더 많은 억압과 착취는 늘어나며 심지어 약물중독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도로교통법과 여성가족부의 주 사업과 교육부의 주 사업과 국토부의 균형발전정책과 주택정책, 행안부의 지방자치, 농식품부의 농어촌정책, 청년정책, 복지정책, 등 수없이 많은 법과 제도와 정책이 그러한 현상을 야기한지 30년 이상이 흘렀다. 그러니 대한민국은 이미 시스템 자체의 결함이다.
한 개인이 철학을 지니면 그의 일생은 불행으로 끝난다. 우리 역사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의 공통점이다. 그래서 “배부른 돼지보다는 불만에 가득한 소크라테스가 낫다.”는 명언도 있다. 인류의 철인과 개혁가들이 얼마나 큰 노고와 고통 속에서 살았는가.
그들은 외적과 싸운 것이 아니라, 내부의 적인 기득권자와 맞서 법과 제도와 정책의 개혁을 위해 싸웠다. 밖으로부터 침략은 비록 살상과 파괴가 심각해도 피아(彼我)의 구분이 명료하기에 모든 국민이 살길이 무엇인지를 알기에 극복할 수 있고 또 역사적으로 극복해왔음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노무현의 연설 중 “조선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 번도 바꿔보지 못했습니다.”는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지 기득권자들의 탄압과 폭력이 얼마나 질기고 독한 것인지를 직심(直心)으로 체감하며 개혁을 자신의 책임으로 인식한 부분이다. 임중도원(任重道遠)이라 했으니 책임은 무겁고 길은 멀다는 뜻이다. 개혁을 자신의 책임으로 삼았으니 어찌 무겁지 않으며 이 목숨 다하도록 완수해야 하니 어찌 길이 멀지 않은가.
공자는 사이비(似而非)를 미워한다고 하셨다. 덕을 행하는 듯하나 실제는 아닌 자를 사이비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온통 사이비로 홍수가 났다. 자칭 보수라는 사람은 박정희를 내세우나 그분처럼 치열하지 않으며 자칭 진보라는 사람은 노무현을 내세우나 역시 그분처럼 치열하지 않다. 단지 그분을 팔아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방패막이로 이용할 뿐이다. 이런 자를 공자는 사이비라 하신 것이다.
유교는 유학자가 망치며 기독교는 기독교도가 망치며 불교는 불교도가 망친다. 망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이비(似而非)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공맹을 팔며 예수를 팔며 부처를 팔아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할 뿐이다.
국가가 망하는 이유도 간단하다. 이 시대 모두가 사이비이기 때문이다. 국가와 민족을 말하며 삼권의 분립을 말하며 헌법을 말하며 민생경제를 말하지만, 실제 그들의 행위를 보면 그들의 기득권과 이권을 챙기기에 급급할 뿐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어디에 있나. 노무현의 연설에 “권력과 불의에 저항했던 사람은 모두 죽임을 당했다.”고 지적한 것이, 어찌 조선의 역사만으로 끝났는가. 선량한 시민은 대부분 그 폭력과 착취가 무서워 숨죽이고 살 뿐이다. 그러니 꿈과 희망이 어디에 있으며 어디서 생의 역동성이 고동치겠는가. 망하지 않음이 불행일 뿐이다.
이 시대 지식인과 지도자와 고위관료는 진정 그들이 내세우고 팔아먹는 분의 치열한 삶에 부끄럽지 않아야 사이비를 면할 것이다. 말과 행위가 다르고 그저 시대의 흐름에 맡겨 때로 침묵하고 때로 아부하며 기회만을 노리는 자는 멀리 공자가 미워한 사이비를 면하지 못할 것이며 가까이로는 박정희의 죄인이며 노무현의 죄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가 발전의 원동력은 국민의 생기로부터 촉발되는 역동성에 기인한다. 훌륭한 정치지도자는 국민을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지닌 내재적 자발성을 촉발시키는 자이다. 촛불의 함성이 아직도 광화문 빌딩 숲을 맴돌고 있다. 촛불의 자발성과 위대함은 인간의 본성에 내재한 양심의 메아리임을 이 시대의 지도자가 깨우치길 바란다. 그 깨우침이 바로 사이비를 면하는 길이며 죄인을 면하는 출발선이다.
고주환 논설위원 kjmong1479@hanmail.net
<저작권자 © CAM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세월호참사10주년 대전기억다짐행사 대전 유림공원서 열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