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삼권분립의 한계
삼권분립이라는 토대 위에서 성립한 근대국가의 운영체제는 그 정당성이 단지 견제와 균형이라는 명분에 있을 뿐이다. 삼권의 분립을 통해서 달성해야 할 목적은 각각의 분리와 독립에 주안점을 둠으로써 입법 정의, 사법 정의, 행정 정의라는 개념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입법ㆍ사법ㆍ행정 그 어디에 정의가 존재하나. 또 정의는 각기 분리와 독립된 개별기관에는 쓰일 수 없는 개념이다. 정의는 입법ㆍ사법ㆍ행정의 총화로 이루어지는 모든 개개의 존재가 각기 자아실현이 이루어졌을 때 사용될 수 있는 개념이다. 따라서 국가는 정의 실현을 그 목적으로 하는 하나의 조직체계이다.
대한민국 헌법의 전문 “ ~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 ~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 ~ ” 운운은 바로 국가의 책무이며 헌법에 명시한 제 기관이 달성해야 할 목적으로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실현을 규정한 것이다.
따라서 이 규정을 구현하지 못하는 국가는 반헌법적 국가이며 제 기관은 반헌법적 기관이다. 대통령의 선서와 제 헌법기관의 존재 이유 또한 헌법에 명시한 인간다운 삶의 구현에 있다. 그러나 분리와 독립으로 각각의 독자성은 확보했지만, 종합의 영역을 간과한 그들만의 존재 이유로 전락한 것이 오늘의 대한민국 현실이다.
견제와 균형을 명분으로 한 삼권의 분립은 이를 종합하여 체계적으로 달성함으로써 구현되는 정의는 각각의 역할이라는 매너리즘에 빠져 독자성과 독립성만 남은 채 방치된 것이다.
행정 역시 마찬가지이다. 각 부처의 독자성에 매몰되어 국민의 실질적인 삶과 유리된 행정을 위한 행정으로 존재한다. 그 이유는 종합이 없기 때문이며 국민의 삶과 유리된 행정의 집행방식 때문이다. 산이 산다운 것은 초목과 돌과 물이 서로 어울리기 때문이다. 산이 산다운 것과 국가가 국가다운 것은 같은 맥락이다.
우주의 작동원리에 어긋나는 것은 우주를 파괴한다. 자연의 원리에 역행하는 것은 자연을 파괴한다. 인간의 원리에 어긋나는 것은 인간을 해친다. 헌법의 원리에 어긋나는 것은 헌법을 파괴한다. 헌법의 제 기관이 헌법의 원리에 어긋나는 집행은 국민의 삶을 파탄으로 이끄는 것이다.
분리와 독립의 중추 역할을 담당한 전공의 학문과 그에 따른 제도는 그들만의 아성을 구축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균형과 견제를 통한 ‘인간다운 삶의 실현’이라는 국가의 본질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으니, 수도권 1극의 기형적 국토와 양극화ㆍ저출산 등을 포함한 제반의 사회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국가의 본질적 책무인 균형과 견제를 통한 정의구현이 실종된 것이다.
따라서 삼권의 분립이라는 개별성과 독자성의 종합을 통한 정의 실현은 우리 시대의 화두로서 이를 구현할 제도적 장치가 헌법에 명시되어야 할 것이다.
고주환 논설위원 kjmong14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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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쓴 교육’의 섬뜩한 결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