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서원은 조선 예학을 집성한 사계 김장생선생의 덕을 기리기 위해 인조12년(1634)에 건립, 현종 원년(1660)에 돈암(遯巖)이라는 현판을 받았으며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보존된 서원이다.
1985년 공주향교를 중심으로 공주청년유도회를 창립하고 회원 대부분이 교직에 있어서 여름과 겨울 방학을 이용하여 전국의 서원과 향교를 탐방하였는데 그 첫 번째로 돈암서원을 방문하였다. 그때와 지금의 모습은 말 그대로 상전벽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유학이란 무엇인가. 사람다움의 학문이며 사람다운 사람이 사는 세상을 만드는 정치철학이다. 그 실천의 첫걸음이 바로 효의 실천이다. 나의 부모를 사랑하고 나의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을 미루어 백성에 미치는 것이다.(親親而愛民)
모든 것이 다 변한다고 한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만물에 내재한 본성이다. 물의 본성을 아래로 흐르는 것이며 소나무의 본성은 사계절 푸른 것이니, 일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 또한 그러하니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과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니, 절대불변이라 하겠다.
돈암서원 좌편에 큰 집이 있으니 응도당(凝道堂)이라 하였다. 도(道)를 모으는 공부하는 당이다. 도(道)란 무엇인가. 절대불변인 인간의 본성을 따르는 것이 바로 도(道)이다.
그 도(道)가 인간의 마음(心)에 있으므로 주련에 범준(范浚)의 심잠(心箴)을 쓴 것이니, 어찌 그 의미가 깊지 아니한가.
茫茫堪輿 俯仰無垠 人於其間 眇然有身 是身之微 太倉稊米 參爲三才 曰惟心爾 往古來今 孰無此心 心爲形役 乃獸乃禽 惟口耳目 手足動靜 投間抵隙 爲厥心病 一心之微 衆欲攻之 其與存者 嗚呼幾希 君子存誠 克念克敬 天君泰然 百體從令
망망한 우주여, 한도 끝도 없어라! 그 사이에 아득한 몸뚱이 하나, 이 몸은 太倉의 낱알 같도다! 참여하여 天地人 三才가 되니, 오직 心(마음) 때문이라! 古今에 누가 이 마음 없겠나? 마음이 형체에 부려져 이에 금수처럼 된 것이지. 오직 입과 耳·目 그리고 손발의 動靜이 틈을 공격하여, 마음의 병이 된다네. 一心의 은미한 의리를 모든 욕망이 공격하면, 아, 보존될 것이 거의 없으리라! 군자가 誠을 보존하여 능히 생각을 다 하고 능히 공경하면, 마음(天君)이 태연하여 온몸이 명령을 따르리라.
도란 본연의 양심을 따름이고, 도를 응집한다 함은 육체의 욕망에 빠지기 쉬운 마음을 통제하여 본연의 양심을 다 하게 함이다.
자본과 이권이 최고의 대접을 받는 시대에 누가 이를 알고 실천할 것인가. 오늘의 지도자는 내가 돈을 좋아하면 국민도 좋아하며 나의 아들딸이 행복하길 원한다면 국민 누구나 아들딸이 행복하길 원한다는 사실만 깨우쳐도 좋으리라.
나의 도가 너의 도이며, 나의 마음이 너의 마음이란 것조차 깨닫지 못한다면 어찌 지도자라 할 것이며 또 깨닫고 실천하지 못한다면 모르느니만도 못한 것이니, 어찌 지도자라 하랴.
여민동락이 시공을 초월한 지도자의 덕목이니
고주환 논설위원 kjmong14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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