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한 마리와 전답 열 마지기를 경영하여 자녀를 대학까지 가르쳤던 시절이 있었다.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아주 먼 옛이야기가 아니고 바로 반세기 전의 우리 사회였다.
골목길과 냇가에 아이들 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비록 풍족한 삶은 아니었지만 꿈과 희망이 있었으며 인정이 있었으며 예의염치의 풍속이 인간적으로 행복하게 했던 그런 소설 같은 마을이 있었다.
도시화와 산업화는 그 시절 꿈과 희망을 실현하는 장소로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도시에서 동화책에서 그렸던 행복한 삶을 실현할 것이라 믿고 반세기를 달려왔다.
그렇게 믿었던 부모들은 사방이 막힌 아파트와 개인주의와 서구적 현대교육을 받은 자식과 며느리가 편안함을 느끼던 도시의 삶에 적응할 수 없었으니 그들은 일생 헛된 꿈을 안고 서글픈 노후를 보내며 죽어야만 했다. 모든 척도가 인간이 아닌 돈으로 전환된 것이다.
귀농ㆍ귀촌 무엇이 문제인가. 도시화와 산업화는 무엇이 문제인가. 반세기 전 동경의 대상이었던 도시는 무엇이 문제였나. 인간이 없어졌다. 인간은 사라지고 돈을 버는 인간만 남았다는 것이다.
‘어떤 인간이 될 것인가?’ 라는 질문은 정말 미친놈이나 던지는 쓸모없는 말이거나 시험문제에도 안 나오는 교과서 한 귀퉁이에나 나올법한 시대에 뒤떨어진 헌신짝만도 못한 것이 현 실정이다.
농촌은 패배자나 일부 신화처럼 등장하는 대농이거나 관변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는 사람이나 살 수 있는 철저히 버려진 지역이다.
귀농ㆍ귀촌인이 첫 번째 놀라는 것이 난방비이다. 도시 아파트의 10배쯤 더 든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시골의 가난한 노인은 찬방에 자신의 몸만한 전기장판으로 겨울을 난다. 그러니 교도소의 수감자만도 못한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의 열 마지기 전답은 아무리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난방비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세 번째는 환경오염의 심각성이다. 예전에는 흐르던 물을 그냥 마시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농약, 비닐 등의 토양오염과 공장의 폐수와 쓰레기 소각 등에 따른 수질오염과 대기오염은 도시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네 번째는 교통ㆍ교육ㆍ의료ㆍ문화의 사각지대라는 점이다. 다섯 번째는 도시와 농촌의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이다. 그래서 원주민과 귀농인이 물과 기름처럼 겉돈다는 사실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아무것도 모르는 도시의 청년과 옛적의 낭만에 사로잡힌 5ㆍ60대의 도시인을 상대로 정부와 지자체는 돈 몇 푼과 혜택 몇 가지로 별들의 고향인 것처럼 사기를 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SOC가 전혀 되지 않은 농촌, 초등학생이 대한민국의 지도를 그리며 수도권은 도시 나머지는 시골이라 표시한 것을 보았다. 어린아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왜 그 아이는 도시와 시골로 단순 표기했을까.
도시의 SOC와 교통ㆍ교육ㆍ의료ㆍ문화도 국민의 세금을 거두어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촌에 산다는 이유로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이는 불공정한 것이며 심한 역차별을 받는 것이다.
이제라도 귀농ㆍ귀촌의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것이 바로 균형발전이며 지방분권의 바른길이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양극화와 저출산 문제도 해결될 것이며 지방소멸의 문제 역시 해결될 것이다.
어떻게 바꿀 것인가. 마을공동체의 복원이 바로 그 해결책이다. 정치의 핵심은 바로잡는 것이다. 도농의 격차와 양극화ㆍ저출산은 70년 도시화ㆍ산업화 정책이 초래한 사회 구조적 문제이다. 이는 정치와 행정의 개혁을 통하여 해결해야 할 시대적 당무이다. 다시 말하면 패러다임의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행정을 통해 부분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전혀 그 실효를 거둘 수 없을뿐더러 심각한 부작용만 초래할 뿐이다. 이 시점에서 정부와 행정이 해야 할 최선의 정책은 농촌의 SOC와 의식주를 포함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본조건을 도시 수준으로 제고하는 정책이다. 이를 지금의 부처별 집행방식으로는 효과를 거둘 수 없기에 마을공동체에 전권을 위임하는 실질적인 주민자치의 마을공동체 복원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인간의 필수 통과의례인 관혼상제와 의식주와 교육ㆍ문화ㆍ의료를 최소한 공동체 내에서 자치적으로 해결할 때 비로소 귀농ㆍ귀촌의 지엽적 정책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법과 제도의 경직화와 고착화는 사회의 역동성을 억압하여 구성원의 꿈과 희망을 상실케 한다. 현재 한국의 가장 큰 병은 병의 근본 원인을 제공한 정치와 행정의 패러다임으로 그 병을 치료하려는 데 있다. 오히려 그 병을 악화시킬 뿐이다.
정부 부처별로 시행하는 인구정책, 교육정책, 지방분권정책, 균형발전정책, 문화정책, 복지정책, 환경정책, 귀농ㆍ귀촌정책, 농어촌정책 등이 이미 형해화된 패러다임으로 추진하는 대표적 정책이다. 진정 효과를 거둘 수 없다.
귀농ㆍ귀촌정책을 포함한 모든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앙의 권한을 지방으로, 지방정부는 각 마을공동체로 권한을 위임할 때 비로소 풀뿌리민주주의의 안착과 인간다운 삶을 실현하는 마을공동체는 복원될 수 있다.
오늘의 정치 지도자와 정부 부처의 고위관료는 행정주도의 중앙집권적 정책이 산업화 시대나 가능했던 구시대의 통치방식이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는 정부와 여당의 특단의 결정이 없는 한 허구적인 구호에 불과함을 알기에 하늘을 우러러 바라만 볼 뿐이다.
고주환 논설위원 kjmong14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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