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본다. 필자가 교직에 있을 때 사용했던 말이니, 2008년 2월에 교직을 떠났으니 10년이 훨씬 넘었다. 아주 먼 옛날만 같다.
20년 교직에 몸담으며 많은 학생을 만났으나 철학을 공부하겠다는 제자 하나 두지 못했으니 시대가 나와는 맞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그 시절 테스 형, 라톤이 형, 텔레스 형, 공 형, 맹 형이라 할 때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던 학생들의 헛웃음과 표정이 아직도 생생한 것은, 나의 철학에 대한 애정이었으리라.
이제 아득한 옛이야기 같던 테스 형이라 호칭하며 노래 부르는 가황 나훈아의 외침이 천둥처럼 들려오니 참으로 반갑고 한편으로 마음 저린다.
기실 옛 현인을 형이라 부른 것이 어찌 내가 처음이며 나훈아가 그 다음이겠는가? 처음 이말을 사용한 분은 맹자께서 만장에게 일러주신 말씀이다.
“한 고을의 선사(善士)라야 이에 한 고을의 선사를 벗하고, 한 나라의 선사라야 이에 한 나라의 선사를 벗하고, 천하의 선사라야 이에 천하의 선사를 벗한다. 천하의 선사 벗하는 것을 부족하다 여겨 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옛사람을 논하나니, 그의 시를 외우며 그의 글을 읽되 그 사람됨을 모르는 것이 가하겠는가? 이런 까닭으로 그가 살던 세상을 논하는 것이니, 이것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벗하는 것이다.”
현실의 부조리를 시대를 거슬러올라가 옛 현인과 벗하며 논란하는 것이니 그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가슴이 멍멍할뿐이다.
반가움은 나와 같이 시대를 고뇌하는 사람이 있음을 느낌이요. 마음 저림은 시대의 부조리를 외면하고 기득권 고수와 당리당략에 빠져 민생을 저버리는 파렴치한 지도자들의 떠들썩함이 날밤을 새움이다.
한국의 대중가요가 시대에 경종을 울린 것이 어찌 이번뿐이리오. 서태지와 아이들이 25년 전에 외친 절규를 지금도 풀지 못하는 교육계의 무능함을 어디에 비유할까. 그래도 교육계의 수장들은 고개를 뻣뻣이 들고 다니며 교육부의 고위관료 또한 항상 그 타령이다. 이런 관료와 공무원을 어디에 비유할까. 어찌 다만 교육부뿐이겠는가.
그러니 테스형만 외칠뿐이다. 그리고 그 공허함에 전 국민이 몸서리치지만, 이 또한 지나가는 광풍에 불과할 뿐이다. 참으로 애처롭다. 참으로 애처롭기만하다.
국민의 염원을 외면하는 지도자는 그 어떠한 연유로도 용납받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오늘 시대의 과업이다. 가황 나훈아의 외침은 한 예술인으로서 그의 사명을 다한 것이니, 남은 과제는 이 시대 지도자와 지식인의 각성과 실천만이 과제로 남은 것이다.
누가 이 천둥같은 외침을 목숨을 걸고 실천할 것인가.
고주환 논설위원 kjmong14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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