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루 옆에 쪼그리고 앉아 선홍 빛 팥을 얹은 시루떡을 기다리면 엄지와 검지로 코를 푼 할머니가 치맛자락에 손가락을 쓱 비비며 ‘조금만 기다려라.’ 하시던 옛 생각이 절로 난다. 주전부리가 시원치 않았던 그 시절 시루떡은 지금의 화사하고 깨끗하게 포장된 그 어떤 떡보다 맛있고 달콤했다. 때로는 끼니 대신 한 끼의 식사를 대신 할 정도의 소중함을 간직했던 시루떡. 한 달 전 문창 시장에 둥지를 튼 ‘꿈꾸는 시루’의 정하목 사장을 만나러 갔다. 그는 왜 떡집으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했을까하는 생각과 그가 가진 떡의 철학 그리고 인생관, 자영업자 580만 명 시대에 생존의 방식들을 이야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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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기자 : 시장이 제법 넓은데요. 떡집은 대략 몇 군데 정도 있나요? 그리고 떡집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정하목 : 문창시장 안에 떡집은 일곱 군데 정도 됩니다. 저희는 이제 개업한지 한 달 정도 되고요. 떡집을 하고 싶어서 2년 정도 꾸준하게 배웠습니다. 떡이라는 아이템을 선택한 계기는 노력하면 경제적으로 안정될 수 있겠다 뭐 그런 생각으로 손을 댔습니다. 재래시장을 선택한 이유는 평소에도 사람들이 꽤 다니고 있고 그분들이 실질적으로 구매 소비층이라고 생각했어요. 프랜차이즈나 단독 상가의 경우는 무척 힘이 들겠지만 나름 선택을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 기자 : 떡에 대한 자부심이라든지 소신이나 기타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정하목 : 아직은 소규모지만 떡이라는 것이 참 여러 가지 일에 쓰인다는 사실이 참 좋은 것 같아요. 결혼, 돌, 초상 등… 물론 초상이 좋은 일이 될 수는 없지만 가시는 분의 마지막 상에 저의 떡이 놓인다는 것과 ‘길흉화복’ ‘희로애락’ 어찌되었든 제가 만든 떡이 어떤 자리에 있건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끼게 되는 거죠. 얼마 전 지인께서 돌아가셨는데 저희 집 수수경단을 참 좋아하셨어요. 그래서 그분의 마지막 상에 직접 만들어서 올려 드렸죠. 그것이 제가 떡을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적이 있어요.
김 기자 : 상호가 참 특이한데요. 제가 취재 전에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몇 군데 동일한 상호가 있는 것 같더군요. 인터넷을 보고 결정하신 건지 임의로 하셨다면 왜 이리 낭만적 상호로 결정하셨는지요?
정하목 : ‘꿈꾸는 시루’를 인터넷 보고 결정한 것은 아니고요. 의견을 냈을 때 주변에서는 상호가 복잡하니까 두 글자로 지으라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저는 생각이 조금 달랐어요. 당장 잘 기억되는 상호로 전국에서 제일 많이 쓰이는 상호가 낙원떡집? 그럴 겁니다. 낙원이라는 말이 종교나 사회 문화를 아우르는 말이다 보니 그리고 어감 자체가 좋잖아요. 그런데 저는 제 떡을 드시는 많은 분들이 각자의 희망이나 꿈이 이루어지는데 약간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꿈꾸는 시루’라고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저만의 고집이랄까 처음에는 고객들에게 설명하기 힘들었는데 요즘은 더 편한 느낌이 듭니다. 그렇잖아요? 한번 각인되면 더 오래 가잖아요.
김 기자 : 보통 시루 하면 항아리로 되어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꿈꾸는 시루’에서는 어떤 도구를 쓰시나요? 그리고 작업을 하시며 내는 나만의 맛. 뭐랄까 ‘꿈꾸는 시루’만의 맛이랄까, 그런 노하우가 있으신지요?
정하목 : 지금도 항아리로 된 질시루를 쓰시는 분들도 계시고 있지만 아주 특이한 경우고요. 보통 떡집에서는 위생시루라고 하는데 그 위생시루를 이용해서 떡을 만들고 있습니다. 참고로 떡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소금이거든요. 설탕, 간장 등은 감미료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아요. 저희 집에서는 천일염을 쓰고 있는데 소금을 어떤 걸 쓰고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가래떡 같은 경우에는 설탕 없이 소금으로만 맛을 내는데요 절편도 그렇고요. 유일하게 설탕 없이 만드는 떡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특별한 노하우라기보다는 떡의 맛이 오래 가도록 하는 작업을 해요. 저희 집은 백설기가 주력 상품인데 어떤 분들이나 접근하기 쉬운 떡이고 물이 많이 들어갈수록 오랫동안 그 맛을 유지할 수 있는 떡입니다. 물을 많이 넣을수록 작업하기가 어렵지만 저는 그 맛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물을 많이 넣고 작업을 합니다. 산을 올라갈 때 의 맛이나 식감이 하산할 때까지 유지된다는 자랑을 하고 싶어요. 수분이 증발하면 떡도 딱딱하게 돌처럼 되잖아요? 그것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그만큼 작업도 힘들죠.
김 기자 : 보통 시장에서 준비하는 시간은 어느 정도 되시나요? 대략 몇 종류의 떡을 만들며 주문은 많이 들어오는지요?
정하목 : 참! 그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주문 떡의 개념을 많은 분들이 수량 또는 무게로 알고 계시는데요. 사실 주문 떡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맛을 주문하는 것이 주문 떡이거든요. 그리고 어떤 분은 건강이 좋지 않으니까 설탕을 빼 달라 또는 소금은 죽염으로 해달라고 하시는데 통상 저희가 하는 작업에서 한 분 한 분의 입맛을 맞추기란 참으로 힘들어요. 설탕이 빠지게 되면 떡이 힘이 없어져서 자를 때 떡이 뭉개지는 일들이 발생하기도 하거든요. 그래도 100% 맛을 맞춰드리지 못하지만 원하시는 맛에 최대한 도달하려고 노력하는 거죠. 일반적으로 주문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종류는 30여 가지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보통 새벽 4시부터 시작해서 오전 9시에서 10시정도면 준비가 끝나고요. 그 외에 주문 떡이 있다면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고객들이 오시는 오전 10시 정도에 맞추고 있습니다.
김 기자 : 요즘 퓨전 떡이 유명하잖아요. 뭐 떡 케이크도 있고… 만들어보실 생각은 있으신가요?
정하목 : 떡인지 빵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퓨전 떡보다는 그저 떡은 떡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앞으로 떡 케이크도 만들겠지만 전통을 유지하는 한도에서 시도하려고 합니다.
김 기자 : 그럼 마지막으로 문창시장 이야기를 좀 해주시죠.
정하목 : 나름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장에 들어와 보니 장사하시는 분들 참 존경스럽더군요. 제 삶은 아무것도 아니더라고요. 시장 안에서 다시 삶을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시장의 혁신과 다변화를 위해서 문창시장도 나름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고객주차장을 만들고 비나 눈을 막아주는 거리를 아케이드라고 하나요? 아케이드를 만들고, 환기를 시키기 위해 지붕을 열기도 하고, 온누리상품권을 활성화하기도 하고 나름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이 보이실 거예요. 그 중에서도 신선한 농수산물이 제일 장점인 것 같아요. 대형할인점이 물론 쇼핑하시기에 편리하시겠죠. 인정할 것은 하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이웃이 더불어 사는 곳이 재래시장이고 또 정이라는 우리네 전통이 있잖아요. 많은 시민들께서 문창시장뿐 아니라 주변 재래시장도 많이 이용해주셨음 해요.
김 기자 : 끝없이 발전하는 ‘꿈꾸는 시루’가 되길 빌겠습니다.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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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방앗간 구수한 아저씨의 인상과 외모를 겸비한 정하목 사장의 너스레 인사말을 뒤로하며 ‘꿈꾸는 시루’를 나서는 기자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문창시장 서문 입구에서 그의 매장을 바라보며 여기저기 흥정을 하는 상인과 손님을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본다. 대도시 소도시 할 것 없이 너무나 깊숙이 자리한 대형 할인점으로 설 자리를 조금씩 잃어가는 재래시장 그 일원으로 시장을 지키는 정하목 사장.
그에게서 아이의 손을 잡고 시장 이곳저곳에서 발품을 팔며 가격을 흥정하던 어머니를 떠올려본다. 시루의 꿈이 손님들의 희망과 맞물려 행복하고 아름다운 사회로 변화되기를 기대하며 꿈꾸는 시루의 희망찬 꿈을 응원해 본다.
꿈꾸는 시루 [떡전문점]
대전광역시 중구 문창로10번길 14 [문창동 362-16] 문창시장 12번
주문전화 042-282-4754
- 580만 자영업자 살리기 프로젝트는 계속됩니다. 꿈과 철학이 있는 자영업자 분들의 많은 신청을 기대합니다. 힘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본 글은 '월간地酒' 2014년 11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김진호 32782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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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그 지독한 수렁
